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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날, 모든 순간

이제 곧 돌아갑니다, 호주에서 쓰는 마지막 편지 (2014. 05.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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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만의 황금연휴 잘 보내셨어요?

그간 밴드로 근황을 접하다 보니 3개월만에 마지막 메일을 보내게 되었네요.

그동안 한국에선 너무 큰 인재가 벌어져 종교는 없지만 저도 늘 기도하는 심정으로 관심있게 지켜봤어요, 근데 똑같은 시간, 똑같은 장소에서 일어난 사고를 바라보는 시각이 본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해석하고 의미부여하는 게 너무 다른 한국인들 모습이 참 답답하기만 했어요. 그래서인지 한동안 페이스북도 보기 싫어지더라구요.

 

 

 

이번 사고를 통해서도 이민을 고려하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 같아요. 한 잠수사가 그랬다죠, 우리는 요즘 아이들을 학교다 학원이다 종일 가두더니 이제는 바다에 가두고 꺼내주지도 못하는 참 죄 많은 세대라구요. 여기 멜버른이 이민 후보지로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곳이긴 하지만 중국인이 상당히 많아요... 그리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호주와서 사는 한국 이민자들 만나보시면 실망하는 부분이 많으실거에요. 한국인들 보다는 현지인들과 더 교류를 많이 하실거라 생각이 들지만 안만날 수가 없으니... 결국엔 한국사회에 적응 못하고 오는 부류가 많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사월중순부터 한국소식에 귀를 기울이다보니 어느새 날짜가 다가오고 사월말에 식당일도, 청소일도 모두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짐정리 차원에서 무거운 짐(랩탑까지)은 벌써 한국으로 다 부쳤습니다.

 

 

오늘까지가 정확히 멜번에서 117일째(제가 날짜 세고 있는 걸 보면 주변에서 웃어요 ㅋㅋ 근데 이렇게 지내는 동안 스스로 기념일 만들어서 자축하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이자 마지막 날이라고 아침부터 시티바이크(자전거)타고 근교의 해변까지 가서 둘러둘러 보고 사진 찍고 일했던 레스토랑가서 인사하고 공짜밥 얻어먹으며 괜한 보람 느끼면서 여행사가서 더블체크하고 진부하기 짝이없는 시티의 마지막 코스 유레카타워(전망대 빌딩) 관람까지 마치고 아파트 수영장에서 깔끔하게 수영까지 하고 방에 들어오니 여행감각이 막 샘 솟으면서 확 실감이 나요.
(ㅋㅋ 숨 안쉬고 적었습니다.)

 

 

낮에 여행사가서 더블체크할 때는 담당자가 우연치않게 호주 온 첫날 브리즈번 공항에서 절 시티까지 픽업해준 분이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것도 아니고 그간 서로 연락한 사람도 아니지만 호주와서 처음 만난 한국 사람을 다시 멜버른에서 마지막 스케쥴 체크하는 과정에서 만나니 괜히 반갑고 묘한 기분이었어요, 그 분도 덩달아 신나서 사진까지 찍고 자기들 회사 카페에 올린대요 ㅋㅋ 워홀 좋은 사례 남기고 가는 사람이라며 나중에 취업 못하면 찾아오라대요, 요즘 많이 힘든가봐요. 유학원도...암튼 좋은 신호라는 생각이 듭니다.

뜻하지 않은 인연들도 많이 만나고 여기서만 돌아가는 친구들 지역이동하는 친구들 배웅을 네 다섯번은 했는데 결국은 제가 마지막이라 저는 혼자 조용히 가게 됐어요. ㅋㅋ 멜번에선 자주 같이 다닌 친구 덕에 일본 친구들과도 교류를 많이 했었지만 이번에 아웃백 여행이 현지 여행사 통해서 가는거라 더 기대되네요. 조금 들뜬 마음도 가라 앉힐겸 짐도 다시 한번 싸고 여행 일정도 다시 읽고 노트에 중요한 것들 정리하면서 메일을 보냅니다.

전체 여행일정이 13일이나 되다보니 아무래도 긴장을 하게 되네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얘기 많이 했지만 벌써 일년이 되서 돌아가게 됐어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은 경험들 많이 하고 긴 휴가를 보냈네요. 그렇게 이곳에서 사개월동안 힘들게 세차해서 모은 돈도 다 쓰고  잘 쉬었으면서도 아쉽고 허전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네요. 내일 아침 일찍 여행 버스에 오르면서 계속 뒤를 돌아볼 것 같아요.
 
모쪼록 무사히 13일 여정 모두 잘 마치고 돌아가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호주에서 쓰는 마지막 편지 5월 7일, 여행하기 하루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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