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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날, 모든 순간

호주에서 보내는 네번째 편지, 이제 곧 브리즈번을 떠납니다. (201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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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셨어요,

 

마치 엄청 오랜만에 보내는 메일 같은데 사실 두달도 채 되지 않았네요.

 

그만큼 지난 2주동안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어요,

 

드디어 고대하던 세차일을 지난 28일에 마치자마자 그 다음 날부터 4일동안 시드니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세계 5대 불꽃축제라는 말만 듣던 그놈의 불꽃 축제 결국 가서 봤네요.

 

200만명이 그 12분짜리 불꽃놀이를 보기위해 시드니에 몰렸었다더라구요, 정말 그만큼 사람이 많았어요.

 

말을 타고 다니며 하버 사이드로 나가는 사람들을 통제하는 경찰들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마치 흔한 좀비 영화 속에서 시민들의 이동을 통제하는 그것과 같았죠 ㅋㅋ 딱 그생각이 제일 먼저 들더라구요.

 

성격상 여의도의 그 흔한  불꽃놀이도 종로의 보신각 종소리도 한번 보러 들으러 가지 않던 인물이 그 사이를 비집고 결국엔 하버사이드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는 여담입니다. 

 

하버브리지 바로 밑에서 카운트 다운을 하고서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불꽃을 보는데 불꽃 소리 때문인지 많은 인파의 환호성 때문인지 모를 전율이 느껴지는 밤이었어요. 

 

 

 

힘들게 일하고 꿀같은 휴식과 함께 떠난 여행인지라 아드레날린이 막 솟구쳤는지 방수 핸드폰을 생각없이 호텔 수영장에서 던지고 놀다가,

 

결국은 침수폰을 만들어 여행가서 사진 한장 제대로 찍지 못해 같이 간 형과 함께 방을 쓴 동생에게 사진을 구걸한 신세였음에도 참 즐거웠더랬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다녀와 새 폰을 사고 전에 자랑했던 넥서스7도 헐값에 다른 사람에게 팔고 그랬어요...

 

주머니가 두둑해 이곳에서의 생활에 그 어떤 불편함도 느끼지 못하게 되고보니 흔하게 다니던 시티 이곳 저곳 언저리에서도 안보이던 것들이 많이 보여 더할나위 없이 여유있는 생활을 보내고 있어요, 한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던 퀸즐랜드 박물관은 어찌나 볼거리가 많은지 왜 여태 여길 한번도 안들어와봤나 싶었어요.

 

 

 

 

이 곳에서 제일 좋아했던 지금 이렇게 메일을 보내는 바로 이 곳 주립 도서관도 어찌나 오랜만에 찾아왔는지,

 

처음와서 일주일만에 혼자 속으로 연신 감탄하다가 첫 메일을 보냈던 그 생각이 나서 혼자 책을 읽다 노트북을 꺼내 메일을 쓰기 시작하게 됐네요.

 

 

멜버른으로 지역이동을 결정하고서 이곳에서의 모든 것들이 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공간 하나하나, 뷰 하나하나가 참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지난 4개월동안 일주일마다 만난 튜터 할아버지와도 10분 같은 1시간동안 대화를 나누면서 엉망인 제 영어를 용케 알아듣고 인내심있게 들어준 할아버지가 새삼 고마웠어요 ㅋ

 

 

그렇게 여행하는 마음으로 이틀 전에는 더워서 싫은 티 팍팍 내는 동생하나 데리고서 브리즈번 시티 강변을 한바퀴 쭉 돌면서 이것 저것 야경 사진을 남겼어요.

 

시드니 하버브리지의 웅장한 규모를 보고 난 다음에 본 브리즈번 시티 야경의 자랑이라 불리는 스토리브리지의 초라함과 촌스러움도 새삼스레 정감이 가더라구요 ㅋㅋ

 

이제 어느덧 호주에서의 워킹 홀리데이 생활이 5개월도 채 남지 않았네요, 남은 여정과 생활은 멜버른에서 보내기 위해 짐 정리도 최소한으로 간소화하고

 

심지어 캐리어를 통째로 보냈습니다.

 

지난 박싱데이에 가방도 사고 슬리퍼도 사고 은근 쇼핑도 좀 했네요 그러고보니... 아침부터 시티에 있는 백화점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있던 박싱데이도 참 이색적이었어요.

 

 

 

최근에 한국인이 두명이나 이 곳 브리즈번에서 안좋은 일을 당하고 많은 워킹홀리데이들에 대한 불안한 시선들이 집중이 돼 한동안은 회의감도 들었습니다.

 

확실히 한국인 업주들이나 이민자들 그리고 수많은 워킹홀리데이로 오는 유학생들이 무책임하게 나쁜 사례들을 많이 만드는 실태에요.

 

그로인한 인종차별인식도 있는 것도 사실이구요,  

 

남자들 대부분은 카지노라는 합법적인 도박 놀이에 빠져서 게임을 즐기는 이곳 사람들과는 달리 손쉽게 중독의 길에 빠진다고들 하더라구요.

 

하지만 정도를 지키면서 본인에게 잘 맞는 생활과 환경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면 그런 위험 요소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유학생활을 보낼 수 있는데

 

어린친구들이 너무 많이 와서 같은 입장에서 걱정되고 안타깝더라구요.

 

집에서 다 정리하고 오라는 메시지를 수십통을 받아 한동안 설득하느라 혼났네요. ㅋ

 

또다시 멜버른을 가면 일도 구해야하고, 여행도 해야하고 브리즈번과는 다르지만 똑같은 절차를 밟게 되겠죠.

 

그를 위해 열심히 돈도 모았고 한번 해봤다고 조금 요령도 생겨 여유도 좀 부리면서 지낼 생각입니다.

 

이렇게 더운 연말과 연초를 맞이하는 건 처음이라 그런지 아직 해가 넘어가는 것도 실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어쨋든 호주에서 한해를 보냈네요.

 

이제 또 멜버른에서의 생활에 달려있겠지만 앞으로 계획은 5월에 비자 만료되면 뉴질랜드에서 학원도 두달정도 더 다니며 여행을 더 해 볼 생각이에요.

 

그러기 위해선 멜버른에서 구직을 성공해야 할텐데 ㅋㅋ 이번엔 정말 시티 안에 있는 현지잡으로 말이죠...

 

아참, 추천해주신 밀레니엄도 읽고 있어요!

 

리즈베트 살란데르가 죽지 않기만을 바라게 되더라구요 ㅋㅋㅋ 

 

어쨋든 이 곳에서의 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정리하고 성공적으로 지역 이동에 성공해 다음에 또 메일 보낼게요,

 

이렇게 한번씩 메일 보내면서 지난 생활들 정리하며 상기하는 게 어느새 해외생활에서의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되었네요 ^_^ 

 

 

 

곧 다가오는 설날명절도 즐겁게 보내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14년 1월 7일,

퀸즐랜드 주립 도서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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