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잘 지내시나요?
이제는 서울시 브리즈번 구 와 같이 느껴지는 호주에서 보내는 세번째 안부편집니다.
어느덧 이곳에서 일을 한 지도 100일이 되었어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마음 먹었던 "딱 100일만 채우자" 에서
계획이 조금 변경돼 올해 말 28일까지하고 세계 5대 불꽃 축제 중 하나라는 시드니에서 열리는 연말 행사를 보려고 여행 계획을 짰습니다.
아침에 눈뜨고 100이라는 숫자를 보게 되니 자연스럽게 컴퓨터 앞에 앉아 '메일이나 보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처음 한달은 적응하기까지 꽤나 힘들여 했던 일인데, 요즘은 차 한 두 대는 아주 우습게 닦아버리는 제 자신을 보며 대견하기도 하면서 매일 저녁마다 집에와 습진 약을 치덕 치덕 바르고 컴퓨터 앞에 앉아 요즘보고 있는 "꽃보다 할배"를 보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혼자서 생활하며 보내는 이 시간들이 그 어느 순간보다 소중하고 좋을 수가 없습니다.
일을 시작하고 두달여는 미국 드라마와 한국 드라마를 받아 보는 일로 시간을 죽이며 (소장까지 하겠다며 외장하드를 하나 더 사기까지...) 잠시 소홀히 했지만 요즘은 바로잉에서 추천하는 사색도 많이 하고(아이러닉하게도 특히 차를 닦으며 하는 사색이 나름 정리를 잘해줍니다.)
하루키의 달리기를 영어 원서로 읽기 시작했다가 잘 읽혀지지가 않아 "the fault in our stars" 라는 영소설로 다시 시작했습니다. 역시나 잘 모르는 단어들이 툭툭 저를 괴롭히지만 일단 읽고 넘어가자는 심경으로 읽기 시작하니 조금은 느려도 재미는 있네요.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두 달전에 산 넥서스7 2세대가 큰 몫을 하고 있어요
저한테 주는 보상심리로다가 또 누워서 "미국 드라마 보다 자야지" 하는 하찮은 이유로 구입한 태블릿 하나가 요즘은 최고의 "책장" 역할을 해주고 있어 셜록 홈즈 전집에 김진명의 고구려 등으로 시작한 책들이 어느새 무라카미 하루키의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을 도전하게 만들었네요.
조금이라도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당장에 한국으로 가서 달려들어야 하는게 맞을지도 모르지만 마음속으로 계획한 것들은 이곳에 와서 보내는 소중한 시간을 위해 잠시 한켠에 두고 달려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외장하드에 태블릿에 가족들에게 보내는 영양제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돈도 꽤 많이 쓴 것이 올해까지로 일을 연장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뭣보다 지금 시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네요.
같이 일하는 형들과 사장님을 보면서 불안 불평불만을 가지는 사람의 대표 유형들이 한 곳에 있는데 가운데서 보면 정말 재밌습니다. 나중에 얘기해야겠네요 이건. 또 함께 사는 식구들도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재밌고 깊이있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 사람들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껴요,
그래서 요즈음 영어원서와 한글 책들을 번갈아가며 같이 읽고 있는데 늦었지만 인문고전을 시작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한스킨의 70명 대거 채용이라는 무지막지한 빅뱅 프로젝트는 그런 면에서 최고의 경험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구요 ㅋㅋㅋ지난 100일동안 차를 닦고 있었지만 내외적으로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기쁜 소식은 형의 합격소식입니다.
형이 드디어 세무고시를 합격하고 연수를 들어가기 전에 다솔이라는 큰 세무 법인에 들어가 제가 출퇴근했던 강남으로 출퇴근을 시작한 지 이제 보름이 되었어요. 근래 거의 10년동안 없었던 집의 경사가 아닐 수 없었어요, 그래서 장남은 장남인가봐요 ㅋㅋ 그렇게 욕을 먹고 조용히 다시 시작한 공부를 성공리에 마쳤네요. 그간 가족들이 형 합격만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저까지 회사 그만두고 여기 오느라고 심려를 많이 끼친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는데 이제 맘 놓고 조금 더 "막 살아도" 되겠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런저런 근황을 쓰다보니 벌써 또 출근시간이 왔네요,
지난번에도 주말에 보냈던거 같은데, 많이 추울 것 같은 한국에서의 주말 따뜻하게 잘 보내세요,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한 해 마무리 잘하고 전 내년에 얼굴 비추겠습니다아.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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