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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이상한 소설 "이상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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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호 작가의 이상한 사람들을 읽었다. 누가 추천한 것도 읽고 싶었던 것도 원래 알고 있던 책도 아녔다. 친구와의 약속에 한참 일찍 도착해 시간을 죽이러 들어간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책이었다. 이상한 책이었다. 출판 된 책 치고는 두께가 몹시 얇은 반면 두꺼운 하얀 케이스위에 표지 일러스트가 묘하게 잘 어울리는 책. 시간을 죽이기엔 안성 맞춤이라 생각했다. 책을 완독하는데는 30분의 시간도 필요하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책을 집고 30여분간 선채로 완독해버렸다. 이상한 책속에 들어가 있는 세명의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 책을 읽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그 안의 이상한 사람들의 사연을 되새기고 생각하고 느끼는 데에는 무척이나 긴 시간이 할애됐다. 하루가 지난 지금도...

 

3편의 짤막한 단편에는 각자 나름의 사연을 갖는 이상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태어난 배경의 영향 탓인지 집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던 한없이 순수하디 순수한 '작은 노마'란 거지와 한때는 높이 뛰기 고수로 아이들의 우상이었으나 불의의 사고로 세 아이를 모두 잃고 아내마저 미쳐서 떠나버리고 절름발이가 된 대장장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평범하디 평범하고 화목한 가장에서 가식와 위선으로 뭉친 "말"을 삶에서 떼어버리고 구두장이가 된 사나이. 이들을 소개하는 데에는 조금 긴 수식어일지 몰라도 단 한 문장으로도 충분하다. 그들은 모두 이상한 사람들이다. 보통의 상식의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의 눈에는 분명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독자들의 눈에는 절대 그들이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아니 독자라 다잡아 보지 않겠다. 적어도 나의 눈에는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들은 솔직했다.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나는 계속 내 삶을 그들과 투영해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숙일수 밖에 없었다.

 

30여분의 시간을 투자하면 30여시간을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책이었다. 작가의 말을 보니 작가 최인호가 25년전에 쓴 연작 소설이었다 한다. 내가 읽은 책은 06년에 다시 편찬된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30년은 족히 넘은 세월을 흘러보냈다 볼 수 있을까. 작가는 이 책을 바다거북에 비유했다. 바닷거북처럼 느리고 아둔하게, 독자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으며 그 시간을 건너왔다고 특히 두번째 높이뛰기를 못하게 된 절름발이 대장장이의 이야기인「포플러나무」의 경우 미국에 번역되어 소개되었을 뿐만 아니라, 2년간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낭독하였을 만큼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니... 낯이 익은 제목이었으나 중고교때 어느때인가 읽어 봄직했지만, 기억해내지 못했다. 아마 지금의 감상과 10대때의 감상은 확연히 달랐으리라. 과거의 난 책을 무척이나 싫어했으니 말이다. 굉장히 시적인 책이다. 시집은 아닌데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빚은 묘사들이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한 문체였다. 시가 함축된 시어로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면 이 책은 함축된 이야기로 그 역할을 해낸다.   

 

이상한 사람들의 이상한 꿈. 집, 높이뛰기 그리고 진실된 마음의 말. 서평의 말을 조금 끼워 놓자면 그들은 아둔하다. 사회로부터 소외되었으며 사회에 부적응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행동과 삶은 자폐적이다. 그들은 얼핏 모래나 티끌처럼 작아 보이지만, 자폐적이며 불구의 영혼을 가진 듯 보이지만, 이 시대의 진정한 거인들이다. 침묵 속에서 내뱉는 그들의 말은 경전 속 잠언처럼, 바위와도 같이 무디어진 우리의 영혼을 조용히 흔들어 깨운다. 경전 속 잠언이라는 말이 눈에 띈다. 한 청년의 상상속에서 내 뱉어진 인물들의 삶은 이 세상의 눈으로 보면 아주 작고 보잘 것 없고 한심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상한 사람들을 이상하다 말하는 자신을 돌이켜 보게 만드는 책이다.

 

다행이다, 친구와의 약속시간에 일찍가서 다행이다, 시간을 죽이기 위해 서점에 가서 다행이다. 책이 바다거북같아서 그래서 20대의 내가 다시 접할 수 있었던 책이어서 또 잊혀질 때 다시 찾을 수 있는 책이어서 참 다행이다. 

 


이상한 사람들

저자
최인호 지음
출판사
열림원 | 2006-11-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소설가 최인호가 1980년대에 쓴 연작소설 이상한 사람들에 올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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