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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말한다. 자신의 삶을 소설로 쓰면 베스트 셀러감이라고. 누구나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나 쓸 수 없는 것이 소설이다. 여기 소설을 쓰고 싶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여성의 이야기가 있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청강한 백화점 소설 작법 강좌에서 중요하다고 들은 경험을 몸소 체험하며 자신의 소설을 위한 독특한 발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학문이나 지식과 같은 학술적인 것이 아니라 용기와 경험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의 소설에 등장 시키고픈 캐릭터를 찾는다. 수많은 사람을 겪고 관찰하여 캐릭터를 찾는 일련의 과정을 수 많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고자 한다. 30대 초반의 그녀는 아직 아르바이트를 한다. 주로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급기야 그녀는 파출부를 택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기엔 나이를 먹었기에 젊어보이기 위해 염색을 했다가 파출부로 전향을 하기엔 너무나 젊은 나이였기에 염색을 풀고 파마를 한다. 그녀는 그렇게 소설를 쓰기위한 과정에 자신의 삶을 녹여내린다.
파출부 일을 시작하게된 그녀는 공인회계사인 남편과 사춘기 아들과 함께 사는 무표정한 안주인 여자, 속칭 미세스 월수금 집과 한국전과 월남전을 겪은 장성노인과 여교수 며느리, 시대에 맞지 않게 왕가 부흥운동을 벌이고 있는 아들이 살고 있는 화목토 집 등 월수금과 화목토로 번갈아 두 집에 파출부 일을 나가게 된다. 파출부란 직업이 한 가정에 얼마나 개입할 수 있고 또 얼마나 객관적인 입장에서 관찰 할 수 있는지를 몸소 겪는 그녀의 이야기. 그녀는 두 집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적 발상을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파출부 일이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미세스 월수금 집의 남편과 분륜을 저지르며 그것은 단지 분륜관계를 경험할때의 그녀가 겪을 수 있는 감정적인 변화를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이라 말한다. 소설을 위해 그녀는 스스로의 삶을 모두 바친다. 주인공의 이름은 서주희. 素姬(소희)라는 기생집 여인의 딸.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녀는 어머니의 기생집을 소희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항상 한문을 써 素姬이라고 쓴다. 자신의 출신 성분에 대한 콤플렉스에 대한 반항심인건지, 어머니 역시 素姬의 여자라 말한다. 광주의 기생집과 자신이라는 존재가 가족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것인지. 나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거부감은 느꼈다. 그녀가 사춘기 시절에 素姬의 지배인에게 겪었던 치욕스런 상처를 안고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결국, 미세스 월수금 집의 남편과의 불륜 관계가 발각되면서 그녀는 광주의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간다. 여기서부터 그녀 본인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향으로 돌아와 십대 시절 헤어졌던 첫사랑과 재회한 그녀는 타인의 삶이 아닌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된다. 때문에 소설은 마치 시즌2를 연재하듯 어울리지 않게 정치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사람들의 한풀이들이 스토리와 상관없이 한페이지를 넘게 장식하기도 한다. 그것이 민주화의 광주라는 배경이 가지고 있는 색깔때문이라 여겨진다.
재밌는 소설이다. 아니, 소설을 쓰고 싶어한 한 여자의 이야기다. 화자이자 주인공인 주희는 존대말을 하며 서술한다. 그것이 소설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한 소설가가 자신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가끔씩 자신의 원초적인 감정이 드러날때 보통의 소설처럼 또 반말을 이용해 서술하기도 한다. 한참을 읽다보면 갑작스럽게 변하는 화자의 말투에 조금 의아스럽기도 하지만 모른 채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야기들이 하나 하나 나아갈 때마다 자신이 청강한 소설 작법의 강의를 끼워 넣는다. 작품의 중간 중간 간에 삽입되는 강의 내용에는 '소설이 뭐냐'부터 시작해 소설의 구성, 발상의 전환, 통속성, 상징, 상상력, 소재, 주제, 반전, 리얼리티, 캐릭터, 묘사, 거리 등등 소설 창작에 필요한 온갖 방법론적 개념들이 망라되어 있다. 그것을 강의하는 초빙된 소설가는 유난하게 학생들에게 독설을 퍼 붓는다. 그 유난한 독설은 소설을 창작하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창작의 고통이라는 것이 얼마나 고된 작업인지를 알려주려는 작가의 의도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소설은 서주희라는 인물의 삶과 그녀의 소설 창작 과정 그리고 소설 작법 강의라는 세가지의 형태로 서술된다. 때문에 책은 그리 지루하지 않으며 빠르게 읽힌다.
이 소설이 재미있는 것은 한 쪽에서는 소설 창작법 강의가 진행되는 강의실을, 또 다른 한편에는 그 강의를 듣고 몸소 소설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삶이 이중구조로 배치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설을 쓰기 위해 파출부도 불사하겠다는 주인공의 생각이 참 기발하다. 또 거기서 얻은 미세스 원수금이나 장성노인과 같은 실제 인물들을 소설적 인물로써 평가하는 자신의 발상을 자화자찬한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 과연 인위적이고 실험적인 탐색이 필요한 것일까?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 삶이고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이 우리인데 어떻게 나를 배제한 객관적 탐색이 가능하다고 하는 걸까. 주희가 소설 소재를 찾아나서는 것이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는 독자에게 작가는 ‘내 이야기를 소설로 만든다면 아마 수십 권은 될거다.’ 라는 말처럼 우리네 삶이 이야기가 되고 소설이 된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소설은 묻는다. 왜 그녀가 소설을 쓰고 싶어 했는지.
철학과를 나온 주희는 지성인이다. 서술하는 내내 자신이 가진 지식의 역량을 한껏 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작가의 성격이 보인 것일까? 혹은 주희의 발칙함을 표현하는 작가 나름의 표현일까.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응당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지고 다니면서 소설 작법 강의 부분을 수학의 정석이나 성문영어 책을 가지고 다니며 읽듯이 바이블 삼아 가지고 다녀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만큼 "소설 쓰는 여자"는 소설을 쓰는 이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분명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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