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ng
근 2~3년간 꾸준히 인기를 얻어온 멘토들의 이야기들을 엮은 책들이 한참동안이나 스테디셀러 혹은 베스트셀러를 지내오며 책을 멀리했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줌과 동시에 그네들의 삶을 위로하는 데 한 몫을 하였다. 요즈음은 새로운 트렌드로 "힐링"을 모토로 다시금 이런 류의 책들이 성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사실 자기계발서 류의 책은 아니다. 그저 작가 개인의 회고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이책을 추천해 주신 분은 당신에게 멘토와 같았던 책이라며 추천해 주었다.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글을 좋아한다. 솔직히 말하면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다. 책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잘 읽히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고 싶은 건 하루키의 글을 좋아한다는 거다. 그의 서술은 다른 책 처럼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히며 무수한 공감을 준다. 그래서 참 좋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책은 읽기 쉬어야 한다는 개인적인 취향이 딱 맞아 떨어지듯 동네 형의 말처럼 참 곱씹기도 좋고 눈에 잘 들어오는 글들을 잘 쓴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제목이 낯이 익어 찾아보니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 타이틀 "what we talk about what we talk about love // 사랑을 말할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영화 전문용어로 "오마주")로 허락받고 따온 제목이라고 한다. 써먹기가 좋은 글귀인 듯 하다. 이 제목 역시 나의 취향이다. 개인적으로 참 이런 글이 좋다. 짧은 한 문장으로 말하고 싶은걸 모두 담아내는, 또 그 문장안에서 적절한 라임까지 있는. 시와 같은 글을 좋아하는 내게 이 얇다면 얇은 회고록은 참 오래토록 읽혔고 참 많이 열어본 책 중 하나다.
하루키 작가는 나는 어떻게 달리는 소설가가 되었을까에 대한 의문으로 책을 시작한다. 그렇게 세계적 작가의 달리기와 함께 시작된 그의 소설가로서의 삶을 모두 보여준다. 불건전한 것을 다루는 일(소설가)을 할 때는 무엇보다 건강한 몸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그는 어떤 일을 꾸준히 해내는 삶에 대한 본인만의 노하우와 달리기에 대한 매력 그리고 좌절과 실패, 성공담을 두루 담고 있다. 소설가에게 필요한 요소들을 갖추는 데 달리기는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고 달리기를 함으로써 그 자신의 문체에도 슬며시 스며들어 큰 영향을 주었다며 달리기와 소설을 쓰는 일에 대한 피드백을 자신의 온 몸으로 상호 작용함을 느끼는 것을 쓴 책이다.
가히 웃음의 요소나 킬링타임의 요소는 조금도 없는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집중이 잘된다. 앞서 말했듯 하루키의 문체에는 그런 힘이 있다. 어떤 유명강사의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강의보다고 재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내용이 알차기 때문이고 그 안에서 본인이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지에 대한 확실한 목적과 이유를 친절히 설명해준다. 소설처럼 서술적인 구성이 아니라서 혹자에게는 지루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혹은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만한 교재도 없을 거란 생각도 든다. 준프로의 러너가 자신의 런닝의 경험담을 한치의 보태기도 없이 술술 푸는 동시에 세계적인 작가의 글쓰는 방법론까지도 엿볼 수 있으니 말이다.
왜 이 책이 멘토들의 "20대 OO 하자" 라는 류의 책과는 다른 분류라면서 삶의 멘토와 같은 책이라는 감상을 하게 되는 걸까. 책을 읽기 전에 오직 "달리기"와 "소설가"의 이야기 만을 말하는 책이라며 본인과는 상관없다는 편견을 버리는 것이 좋다고 본다. 여기서의 러닝과 소설은 단지 상징적일 뿐이다. 많은 현대인들은 자신의 일, 목표, 주위의 시선, 사람들에게 치이고 지쳐서 산다. 개인적으로도 회사를 다니는 동안 혹은 유학을 준비하는 동안 그를 핑계로 운동을 게을리 했고 꾸준히 했던 수영을 더이상 나가지 않으며 내 스스로를 합리화 했다. 너무 힘드니깐. 하지만 그로 인해 일을 하기 전의 나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그때의 장점이 없는 내가 그저 기계적이고 부풀어오르는 살에 무감각해지면서 스스로에게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추천 받은 책인지라 더욱 많이 와 닿았다. 이는 많은 비소설의 성공기 혹은 자기계발서처럼 "이러자" "그런 마음을 갖자" 와 같은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한다. 이 점이 참 매력적이고 동시에 세계적인 작가라는 그 어떤 거드름도 없이 일반인들이 느끼는 일반적이 감정과 감상 등이 공감가는 표현들로 많이 담겨있다.
전세계 곳곳의 마라톤을 참가했던 경험과 트라이에슬론 참가기 등의 마치 어느 블로거의 성의있는 후기를 읽는 느낌이다. 소소하게도 브랜드를 거론하며 그가 생각하는 좋은 런닝슈즈에 대한 후기도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고 매일매일 계속하면 그것에 무언가 관조와 같은 것이 우러난다와 같이 하루키 본인이 달리는 소설가로서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그만의 철학들이 담겨있는 책이다.
하루키는 직업을 소설가로 바꾸면서 체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으로 달리기를 선택했다. 러너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맥박이 정말 천천히 뛴다고 한다. 나는 과연 어떤 일을 위해서 내 삶을 컨트롤하기 위한 삶의 일부로 어떤 달리기를 시작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달리기로 인해 나의 맥박도 남들과 다르게 뛰면서 내가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까. 현재도 항상 누군가에게는 노력중이라고 말하지만 무엇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걸까. 책을 모두 읽고 나서 그냥 때때로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 갈피를 못잡을 때 책의 아무 곳이고 손가락을 짚고 펴 읽어본다. 그럼 하루키는 말한다. 한달에 300km정도를 달리는 것은 성실하다고 할 수 있다. 조금이라고 효과적으로 자신을 연소시켜 가는 일을 찾아 보라고. 아픔은 피할 수 없지만 고통은 선택하는 것이라고.
나도 그처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이토록 열정적으로 나의 의지로 해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항상 책을 덮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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