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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장편 역사소설하면 역시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를 누구나 그렇듯 가장 재밌게 읽었고 기억에 오래남는 작품으로 꼽는다. 조금 더 읽은 티를 내고 싶어 김훈 작가의 남한산성을 근래(몇년 전)의 읽은 역사소설을 꼽으라면 꼽을 것이고, 또 지금 이야기 할 고구려를 쓴 김진명작가의 작품 몇개 정도... 짧은 독서이력으로는 그나마 읽었다 할만한 역사소설은 이것이 다라는 것이 스스로를 반성케한다. 호주에 와서 독서를 거의 못할 것이라 여겨 이미 오기 전에는 소장했던 책을 모두 중고로 팔기까지 했다. 그런데 최근 넥서스7 2세대를 이곳 호주에서 구입하고 난 뒤 전자 책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긍정적으로 바뀌어 이런 저런 책들을 찾아가며 읽고 있다. 호주에서 생활하면서 이렇다할 만한 놀이감이 없어서 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구하기 쉽고 읽기 쉽게 만들어져 아주 흡족해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함께 일하는 형의 추천으로 읽게 된 고구려.
이문열의 삼국지가 대단한 것은 단순히 촉 오 위 세나라의 이야기가 만화 게임으로 이어지는 방대한 캐릭터를 방출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도 역시 소설이다. 만들어진 이야기. 하지만 이는 분명한 역사서로써의 가치를 지닌다. 그만큼 그 배경이 확실하고 이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의 처세와 나아가 기업운영과 철학까지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소설 고구려도 그런 요소를 갖춘 역사소설이다. 오랜만에 읽은 역사소설인지라 4일만에 5권 모두를 그대로 쉬지않고 내리 읽어버렸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비단 오랜만에 읽은 역사소설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김진명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 읽는 내내 이것이 픽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정말?" 이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할 정도로 근거없는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것이다. 그런 그의 필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고구려는 확실히 삼국지에 비견할만하다. 특히 고구려는 중국의 역사가 아닌 우리 조선의 역사라는 점에서 더없이 읽어봐야 할 도서라 할 수 있다. 제목에서도 말했듯 학창시절 이렇게 우리 역사를 배웠다면 하는 아쉬움을 남길 정도다. 단순히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들을 요점 정리해 객관식을 만들고 주관식을 쓰고 문제에 맞는 답을 위해 문제를 만드는 그런 교육이 아니라 조금의 상상력과 몇개의 에피소드 그리스 로마 신화나 사마천의 사기에나 나올 법한 영웅들의 모험담을 그리며 (왜곡을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흥미유발이라는 목적으로 마치 단군신화처럼) 그들의 시대 순을 묶어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관심도를 높히고, 방대한 시대나열 보다는 선택과 집중으로 탄탄한 스토리를 가지는 역사 공부를 한다면 작금의 학생들이 겪는 역사에 대한 무관심에서 보다 자발적인 관심을 유발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도 해봤다.
그만큼 고구려는 역사에 무지한 나같은 독자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동천 중천 서천 봉상왕 또 미천왕 고국원왕 그리고 소수림왕이라는 고구려 왕조 계보을 꾀게끔, 강제성 없이 상식으로 익힐 수 있게끔 만들어 준 교과서 아닌 교과서 역할을 해주었다는 점이다. 전 5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3권까지 고구려 미천왕 "을불"의 생애와 업적을 영웅담으로 그려낸다. 영웅에게 주어지는 흔하디 흔한 시련과 상처 그리고 위기 극복을 함께하는 불세출의 영웅들의 미담들이 글을 재미있게 읽히게끔 도와준다. 그리해 여러 고난과 시련을 극복해낸 미천왕이 두 아들을 두고서 "진정한 왕재의 선택"이라는 다소 묵직한, 마치 영화 "광해, 왕이된 남자"의 그것과도 상통하는 주제로 다음의 4,5권의 바통을 넘겨주면서 "사유(고국원왕)와 무" 그리고 "구부(소수림왕)"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왕과 그의 정치와 처세에 대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전한다.
이는 또한 과거 사마씨가 통일한 중국의 진나라가 분열을 겪으며 낙랑을 필두로 진에 대한 충신이자 야심가인 최비가마지막으로 한족의 부흥을 위해 분연히 고구려와 모용선비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했다는 것과 이를 결국은 고구려가 한족이 아닌 바로 고구려, 우리 조선이 낙랑을 차지하면서 좌절시켰음을 보여주는 대목에서는 중국의 동북 공정에 대해 시사하는 바를 정확히 드러내고 있다. 이로써 더욱 우리가 고구려를 읽어야 하는 명확한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우리는 미천왕과 고국원왕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의 뿌리가 얼마나 강대했는가와 앞으로 우리는 어떤 리더십으로 우리 민족의 미래를 이끌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며 애정을 가지고 우리 역사에 대해 조금 더 관심있게 대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읽은 줄리언 반스의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에서는 역사에 대한 정의에 대한 여러 견해들이 나온다. 어떤 이는 승자들의 거짓말(이는 패배자들의 자기기만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혹은 생 양파 샌드위치(이유는 죽자고 반복한다는 이유였다) 또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라는 한 프랑스 학자의 말을 인용한 학생의 말에 소설속의 교수는 호응한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결국 역사란 살아남은 자, 대부분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이들의 회고에 더 가깝다. 라는 결론에 이른다. 물론 이는 역사 소설이 아니다. 인간의 삶과 그 기억에 대한 진실성을 그린 소설이다. 또 난 이 소설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소설에서 인용됐던 역사란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라는 글이 와닿아 먼저 언급해봤다. 바로 이러한 역사에 대한 인지를 시작으로 역사 소설이 씌여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불충분한 문서와 부적확한 기억과 서술들이 만나는 지점에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고구려와 같은 역사소설에서 만들어진 흥미과 관심을 동력으로 왜곡없는 시선으로 우리역사를 바로 보는 것 또한 우리 독자의 책임이자 몫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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