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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보관소

2014년 5월 8일, 아웃백 투어 D-day 여행의 첫날, 다시 찾은 그레이트 오션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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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5월 8일,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 짐을 챙겨 나와 야라강변의 이곳 저곳을 사진 찍으며 미팅 장소인 세인트 폴 성당으로 갔다, 조금은 낯설고 어색하게 통성명도 하지 않은 채 유럽친구들과 가볍게 눈인사를 나눈 뒤 차에 올라 첫 여정인 그레이트 오션로드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두 번째 방문이었다. 멜번에 처음 도착했을 때 브리즈번에서부터 함께 친하게 지내던 외국인 친구들 중 차가 있는 친구의 리드로 각 룩아웃지점을 모두 둘러본 터에 첫 번째 만큼의 큰 여흥은 없었지만 죽기 전에 한번은 꼭 가봐야 할 여행지 리스트에 올라올 만큼 그 해안선의 절경은 다시 봐도 놀라웠다.

 

 

 

 

 

 

첫 번째 방문 때는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또 그만큼의 운치가 있었다고 한다면 두 번째 여정 때는 정말 날씨가 좋았다. 물론 패키지의 한 꼭지에 있는 여정인 터라 첫 번째 방문에 비하면 수박 겉핥기에 불과했지만 무엇보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그 어떤 의미부여보다 의미 있었다. 그래서 여행지는 항상 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다가와 늘 소중하다. 작은 타운에 들려 간단히 버거를 먹으면서 핀란드에서 온 이라와 독일에서 온 마르와 가까워졌다. 둘과 함께 가까운 마트에서 사이더 드링크를 사서 차로 돌아왔다.

 

  

 

그램피언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은 어두운 도로에 야생캥거루가 갑자기 나타나 로드 킬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며 가이드 오닐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운전을 했다. 밖은 캄캄한 어둠이 이미 짙게 내려 앉아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함께 차를 탄 멤버들은 조금이라도 길가에 있는 야생 캥거루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고개를 창가에서 뗄 줄 몰랐다. 일년 동안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함께 쉐어링을 해보고 학원도 다니면서 많이 가깝게 지냈지만 이렇게 처음 보는 친구들과 나이나 인종에 상관없이 한 차에 타서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았다. 많은 경험을 쌓고 싶어 온 여행인 만큼 여행지에서 만나는 작은 인연도 그냥 흘려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루 여정을 마치고 도착한 백팩커는 그램피언 공원을 들어가기에 앞서 모텔처럼 길가에 위치한 호스텔이었는데 생각보다 훌룡한 잠자리였다. 백팩커는 공용 샤워 실이어서 씻기 위해 잠시 밖에서 찬 밤바람을 씌며 올려다 본 하늘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늘 호주에서는 하늘을 보았다. 호주의 하늘은 정말이지 광활하다. 입체적이기까지 할 정도로 높게 느껴지고 한국과는 다르게 맑은 하늘의 구름이 나를 항상 감격시켰다. 그리고 시티가 아닌 외곽의 밤하늘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별들이 나를 쏘아보고 있고 눈 앞에서 그려지는 별자리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일행 중 그리스에서 온 중년의 신사는 자신의 DSLR을 가져와 은하수를 찍어서 내게 보여주었다. 그는 호주의 밤하늘을 찍기 위해 이 여행에 참여했다고 했다. 정말이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하늘이었다.      

 

 

모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식당칸으로 모여 사이더를 마시며 여행에 대한 여담을 풀었다. 짧은 영어였지만 대부분의 말은 알아들을 수 있어 적당한 리액션과 추임새를 주며 그들의 대화에서 동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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