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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보관소

서울- 인천- 오하마나호 (2010.9.20 -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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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경에 집을 나왔다.

 

돈, 핸드폰, 사진기, 먹을거리 등등 자잘하지만 중요한 몇가지를 다시 한번 검토하고 챙겨 집을 나섰다.

3시에 썩맨과 부평서 만나기로 했으나, 시작부터 여행에 대한 액땜을 하려는지 mp3 액정이 깨지는 불의의 사고를 겪었다.

바로 전날 업로드한 노래를 6일간 듣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서비스센터의 전화번호를 물어물어 알아내고 다행히 인천과 가까운 방향에 서비스센터 지점이 있다는 이야길 듣고 주안역으로 향했다.

석만이의 배려로 어쨋든 부평에서 조우하고 달려간 주안역에서 사망선언에 가까운 이야기를 듣고 만다.

고치는데는 54,300원.... 가격이 문제가 아니었다. 연휴가 끝나야 수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좌절하고 주안역 롯데리아에서 토네이도라는 맥플러리 짜가를 먹으며 이미 제주하이킹을 경험한 석만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내 아이스크림에서 나온 비닐... 결국 환불 받고 다시 하나를 더 받았다.

 뭔가 찝찝한 마음을 뒤로하고 석만이와 바이바이 이제 진짜 시작. 

 동인천역에서 물어물어 12번 버스를 타고 도착한 인청항.

 

5시 10분에 연안부두 도착

 

이날 인천의 첫느낌은 노숙자의 오줌이었다.

 

역에서 올라오자마자 누워있는 노숙자가 누워있는 상태 그대로 소변을 보고 있었다.

 

제주행 오하마나호 19:00 출항

 

18:10 탑승 3번, 5번 게이트 개찰 준비 중

 

게이트 앞으로 줄지은 가방에 나도 내 짐을 풀고 그자리에 앉았다.

 

혼자여행하는 사람은 오직 나뿐.

 

연안부두에 도착해 신이나 국제여객터미널사진을 찍곤 그안으로 가서 제주행은 어디서 타냐며 묻는 어리버리함을 부리는 것도 나뿐이었다.

 

조금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추석 명절날 혼자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나뿐이라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기도 했다.

 

어쩌면,

 

24년 살면서 가장 외로운 여정이 될것도 같았다.

 

그치만,

 

가장 하고 싶어했던 혼자서 하는 여행. 그것도 온 가족이 함께 보내는 추석연휴.

 

물론 여행 중 만나기로 한 웅이형이 있지만, 시작이 혼자다보니 많이 설렜다.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앞서고 그 자유를 무척이나 많이 만끽하고 싶었다. 

 

 

* 즐거워뵈는 가족과 연인들에 묻혀 조금 위축됐을 때 주저앉아있는 내 앉은키와 키가 똑같은 한 꼬마아이가 인사했다.

자기 가족들의 뒤에 꼭 붙어 앉아있는 내가 신경이 쓰였는지 꼬마는 "누구세요" 하면서 내게 말을 건냈다.

여정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인사한 낯선 사람이 이 꼬마라니.  

귀여운 꼬마 아가씨의 한마디에 내 굳은 표정은 금세 풀어졌다.

 

오하마나호, C-8 53명 정원. 내 방이었다.

 

일찍 배에 올라 구적진 자리를 선점하고 갑판위와 배 여기저기를 둘러 보았다.

멀어지는 인천의 연안부두를 바라보며 바람을 쐬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을땐 사람들로 북적였다.

 

내가 선점한 자리에도 한 가족이 짐을 풀고 김밥을 먹고 있었는데 가족의 아버지가 내게 먼저 인사를 건냈다. 마치 조금 전 헤어졌다 만난 아들처럼 친근하게 인사해주시는 아저씨는 내게 김밥을 건넸다. 4학년 5학년의 딸과 아들을 데리고 고향인 제주로 내려가는 부부.

동국대 시간강사 및 노량진 강사를 병행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선생님은 혼자 여행을 하는 내게 든든한 지원군이자 후원자가 되어 주셨다.

가족들의 깊은 배려로 때 아닌 저녁도 푸짐하게 먹고 호강을 하며 오하마나에서의 첫 밤을 보냈다.

 

 

저녁을 먹고 배에서는 여자 팔씨름 대회니 불꼭축제를 하며 여행자들의 마음을 한껏 들뜨게 해주었다.

 

 사회자 혼자서 사회 심판 가수...등등 아주 실내에서도 밤도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그 분은 아주 바쁜 분이었다.

 

확실히 폭죽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은 볼만하다. 최고!

 

여행의 축포를 쏘아 올리며...

 

* 아, mp3를 만지다 보니 스크린터치 말고도 플레이 할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됐다.

그런데 설정이 폴더 내 반복재생으로 되어있어, 난 10cm의 첫번째 ep 5곡만 무한 재생 할 수 있었다. 

비록 500여곡의 곡들중 5곡이지만 10cm의 곡에 살짝 빠져있던 내게 조금은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선상에서의 일출사진

 

 

2010년 9월 21일의 새벽 5시 30분... 드디어 제주도 하이킹을 시작하는 날,

 

선생님 가족들을 배려해 내 자리를 내주고 혼자 최상층의 갑판 강당에 올라가 잔 난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찌감치 눈을 떴다.

꼭대기층이라 배가 많이 흔들려서 깊은 잠을 잘 수가 없기도 했지만 여행 첫날의 긴장감도 한몫한 것 같았다.

잠을 깊게 자지 못했는데도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행중 가장 많이 했던 말들 중 하나인 "선생님, 저 사진 한장만 찍어주시겠습니까?" 를 제일 처음으로 내뱉었다.

선생님은 때론 사장님이었고 저기요 이기도 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최상층 갑판에서 일출을 배경으로 찍어주신 중년의 신사분은 적극적으로 좋은 샷에 욕심을 부려주셔 정말 감사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2~3시간쯤 보내자 하선할 시간이 되었을 즈음.

제주시가 한 눈에 보인다는 선장의 방송에 사람들이 갑판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일찍감치 준비하고 3등실의 내 방으로 돌아와 선생님 가족과 아침 인사를 한 난 짐을 챙기는 사모님을 제외하고 선생님 가족들과 갑판으로 다시 올랐다.

 

 

귀여운 다빈이와 세현이는 낯을 가리는 아이들이 아니었다. 

계속 내 단독 샷을 자신들의 카메라로 찍는 아이들 덕분에 내 사진이 많이 찍혔다.

 

여기저기 플래쉬 세례를 받는...

 

정말 선생님 가족은 여행을 처음 시작하는 내게 더없이 따뜻하고 포근했다.

혼자하는 여행에서 만남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값진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고마운 분들이었다.

감사합니다.

고마워.

 

* 아! 오하마나호에서 하선할때 시간이 됐다고 일찍 나갈 필요가 없다.

오하마나호가 처음이 아니라며 내게 요령을 알려준 세현이의 말에 따르면....

" 형, 우리는 제일 마지막에 사람들 다 빠지면 나가요, 그게 여행의 묘미에요. 뭐하러 줄지어서요? 방안에서 티비보면서 기다리면 알아서 빠지는데..."

라더라...

 

"혼자 떠나는 여행은 내가 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선물이도 그 선물을 통해 치유를 얻는 나는 다시 제자리에 설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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