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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보관소

서귀포시(월드컵경기장) - 성산(일출봉) (20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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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은 6시도 채 되지않아 숙박을 잡아 바로 들어가 끼니를 떼우고 지도를 보며 코스를 시뮬레이션하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벌써 내게는 하이킹이 3일로 접어드는 23일의 아침이 밝자마자 우린 찜질방을 나섰다.

 

정말 넓고 시설 좋은 그곳을 떠나려니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무언가 전날과 달리 인상에 광택이 나는 것은 비단 아침햇살 때문만은 아니다.

 

제주의 찜질방은 수가 적은 만큼 시설들이 참 좋다.

 

사실 월드컴경기장내에 워터월드에 자리한 찜질방인데 좀 좋을까.

 

무료로 빨래도 해준다.

 

1인 빨래감 3개씩.

 

월드컵 경기장을 나와 30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외돌개가 있다.

 

이른바 장군바위라 불리는 이 곳에서 우린 올레꿀빵을 사먹었다.

 

큰 강정 안에 호두 과자처럼 달콤한 팥 고물이 들어 있는데 이름에 걸맞게 아주 달다.  

 

외돌개... 굉장히 외롭게 혼자 덩그러니 세월을 이겨내는 저 바위는 최영장군이 대장군으로 변장시켜 적들을 물린친 전설적인 바위라 한다.

 

 외돌개를 지나 언덕을 내려오니 두갈래가 나왔다.

 

오른쪽은 천제연폭포였고, 왼쪽은 서귀포시내.

 

점심때가 되어 우린 과괌히 천제연 폭포와 정방폭포를 포기하고 서귀포 시내쪽으로 바퀴를 굴렸다. 

 

서귀포 시내를 조금 돌다가 버스터미널 뒤쪽으로 식당들이 하는 것을 보곤 곰탕과 육개장으로 각 5,000원짜리 푸짐한 한상으로 점심을 떼웠다.

여행자의 행색이어서 그런지 제주사람들은 친절했고 길도 잘 알려주고 식당 인심도 후했다.

덕분에 배부른 한끼를 해결했다.

 

여기 대광장 식당에서 귀여운 시츄와도 인사했다.

 

묵묵히 주인의 오토바이를 지키는 조용한 강아지였는데 꽤나 듬직해 보였다.

 

그렇게 배부르게 기력을 회복하고 다음 목적지인 쇠소깍으로 향했다.

 

 

쇠소깍,

 

제주에서는 드물게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곳이라고 한다.

 

난 개인적으로 이곳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제주도를 간다면 꼭 한번 들러 볼만한 곳이라 생각한다. 

백사장이 아닌 검은 모래와 밀물로 들어가는 그 절벽들이 내눈을 사로 잡았다.

 

제법 잘나온 것 같다.

 

형이 사진을 잘 찍어 주었다.

 

백사장과는 또다른 매력의 검은 모래 해변,

 

제주의 남쪽 쇠소깍에서 볼 수 있다.

형은 모래를 밟고 나온 우리의 발을 밀물에서 씻어 바위에서 닦은 자신의 수건을

 

다른 관광객들을 위한 배려라는 명분으로 사람들이 나오는 곳에 걸어 두었다.

 

저걸로... 사람들이 자신들의 발을 닦을지는 모르지만...

 

 쇠소깍을 나오는 길, 저 계곡 바위들이 참 멋있게 느껴졌다.

 

자연이 만든 저 통로가 바다로 이어진다는 것이 왠지 근사했다.

 

이곳에서 물을 구하는 데 실패를 하고 어쩔 수 없이 물없이 일단 출발을 했다.

 

그리고, 성산까지의 코스를 우리는 해안도로가 아닌 1132번 일주도로로 택했다.

 

* 형이 선호했는데 근사한 해안도로의 멋진 절경들을 볼 수는 없지만

 

전략적으로 일주도로와 해안도로를 번갈아 잘 타면 확실히 코스를 조금 줄이고 기간을 단축 시킬 수 있었다.

 

그때 남원의 한 언덕을 지날 때 어느 귤 농장을 지나쳤는데 담 밖에 안익은 초록색 귤을 보자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다.

 

많이 목이 말라서 조금 미쳤었는지도 모른다.

 

저 귤즙은 맛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결과은 으웩이었다.

 

귤농장은 문이 없었다.

 

워낙 언덕받이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들어가 구경을 했다.

 

아직 익지 않은 귤들이 하얗게 농약이 쳐져 햇살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 제주의 귤이 그렇게 맛있다는데...

우린 중문에서 주상절리를 보려다가 매표소에서 표를 끊느니 귤을 한망 사먹자는 나의 제안에 귤을 샀다가 완전히 낭패를 봤었다.   

그렇게 맛있다던 할머니의 말씀과는 다르게 귤들은 저부 수분없이 바싹 말라 종이 씹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허브찜질망에서 아침에 우걱우걱 다 먹었었다.

 조금 충격이었다.

제주의 귤에 대한 환상이 무너진 순간이어서...

 나중에 들어보니 중문에서 파는 귤이 제일 맛이 없는 귤이라는 것을 다른 관광객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농장의 귤을 주인의 허락하에 조금 맛봤다.

 

 

덜 익긴 했지만 맛있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중문에서 산건 하우스 귤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후 일주도로를 한참 달리고 달려

중간에 편의점에서 물을 얻고 초코파이 몇개를 사서 나눠 먹고

몇개의 오르막과 내리막 힘든 구간들을 정신없이 지나고 지나다가

밥 때를 놓치고 가까운 마트에서 햇반만 사서 싸온 반찬으로 밥을 먹자던 우리의 계획이 조금씩 늦춰졌다.

 

그리고

 

3시간여를 더 달려서

 

표선 해수욕장을 그대로 지나쳐서 신선리에 접어 들었을 때 딱 마트가 하나 나왔다.

 

2층은 부동산을 하고 1층은 편의점을 운영하는 가게는 바로 옆에 학교가 하나 있었고 주위 상점가는 모두 임대문의만 붙어 있었다.

 

그곳의 사장님의 배려로 우리는 그 앞 필롯에서 라면과 햇반을 먹었다.

사장님은 제주사람들이 관광객에게 갖는 혐오가 다른것이 아니라 쓰레기 때문이라 했다.

 

꼭 뒷정리를 잘해달란 당부의 말씀에 우리는 당연히 그러겠노라며 대답하고 깨끗하게 뒷정리를 한 뒤 길을 나섰다.

 

 

그렇게 23일의 목적지인 성산 일출봉이 보일때 시각이 5시가 좀 안돼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성산 일출봉이 잘 보이는 해안의 해수바위 위에서 사진을 찍으며 조금 쉬는 시간을 가졌다.

 

 

 

드디어 성산 일출봉 도착!

 

 

성산 일출봉에 도착해 사진을 찍고 바로 오르기보단

 

근처에 있는 시드 게스트하우스에 숙소를 잡고 짐을 맡기고 오르기로 한 우린 성산항의 다리를 건너 시드를 찾았다.

 

엄밀히 따지면 하이킹의 마지막 밤.

 

우린 시드에 짐을 올리고 태어난지 이제 만 한달이 지난 새끼 슈나우져 잡종 시드와 인사했다.

 

조금만 놈이 엄청 발발 거리며 달려들었는데 이빨이 가려운지 자기 나름으론 엄청 물어댔는데 전혀 아프지 않았다.

 

* 밤에 찾은 성산 일출봉

 

추석이라 만월이었다.

시드의 사장님은 오늘 올라가면 정말 이쁠것이라 자부했다.

우린 성산 일출봉을 달이 밝은 저녁 7시에 올랐는데 7시에 오르니 매표소도 운영을 안해 공짜로 올랐다.

우리에겐 일출봉이아니라 월출봉이었다.

그만큼 달빛이 정말 이뻤지만

내 디에스엘알의 렌즈가 표준 렌즈이다 보니 인물과 피사체에만 강해 어두워지니 야경도 이쁘게 찍기 힘들었다.

 

달빛이 정말 이쁜 밤이었다.

 

성산 일출봉을 밤에 찾는 것을 권유하고 싶다.

나름의 운치가 있고 색다른 매력이 있다. 

 

웅이형은 밤에 고기를 구워먹자고 했고 난 콜을 했다.

 

그림 같은 만월의 밤

 

 배경이 절대 그림이 아니다.

 

웅이형의 디카가 내 디에스엘알 보다 훨씬 이쁘게 찍혔다.

 

매니져 형님과 사장님은 고기와 햇반만 달랑 사오는 조촐한 우리의 식단을 보곤 묵은지와 쌈장을 선뜻 건네주셨고

 

우린 가지고 온 버너와 게스트하우스에서 빌린 후라이팬으로 제주돼지 목삼겹살 만원짜리를 심하게 맛있다는 시드의 묵은지와 함께 순식간에 헤치웠다.

 

아직도 그 묵은지의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시드는 사장님도 매니져분도 다들 좋았다.

 

 

사장님은 조금 까칠해보이지만 엄마같이 챙겨주었고 매니져 형님은 시크하고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분이었다.

 

 

그곳에서 고기를 구워먹고 올레길을 도는 누님과 스쿠터를 타고다니는 남자와 하이킹을 시작한 지 이제 만 하루가 되는 아저씨와 매니져와 

 

그간의 여행기를 조금씩 꺼내며 담소를 나누며 하루를 마감했다.

 

 

 * 사실,

이때  고기를 사들고 시드로 돌아가던 길에 내 주머니에서 지갑이 빠지는 일이 벌어졌다.

 

고기를 한참 굽다가 주머니에서 지갑이 빠진것을 알게 된 나는 고기를 모두 다 구워먹고 서둘러 지갑을 찾으려고 어두운 제주 성산항을 플래쉬를 들고 몇번을 왔다 갔다했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지갑 안에 있는 내 현금 5천원과 운전면허증 체크카드 sk 멤버십 카드가 사라진 것이다.

 

그나마 현금이 별로 없어 불행 중 다행이라며 애써 여유를 부렸지만 속으론 천불이...

 

마지막으로 지갑을 쓴 성산 일출봉 앞에 우리마트의 사장님께 내 연락처를 남기고 나오면 꼭 연락을 달라고 전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일단 체크카드를 분실신고 하고서 날이 밝으면 다시 찾아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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