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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보관소

대정-마라도-서귀포 (201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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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만 잠깐의 비가 내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날씨가 좋았던 22일의 아침.

 

 대정 게스트 하우스에서 6시 30분에 기상한 난 5천원의 아침을 먹지 않기로 했다.

 

전날 저녁 뚝배기의 포만감이 가시지 않은 탓도 있지만 돈을 최대한 안써볼 요량이었다.

 

그때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서 차례를 지내는 날이라며 송편을 찌어서 손님들에게 나눠주었다.

 

잘됐다 싶어 몇개의 송편으로 아침을 떼운 난 부모님께 추석인사를 드리고 

 

수원 형님과는 작별해야했다.

 

형님은 2박3일의 일정이었기에 나의 마라도행과는 길이 달랐다.

난 형님과 헤어지기전에 어떻게든 렌즈를 고쳐보려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렌즈를 형님께 돌려드리려는데 형님이 선뜻 렌즈를 빌려주겠으니 여행이 끝나면 꼭 택배로 보내주라며 본인의 주소를 불러주었다.

 

감격.

 

이런 귀인과 동행을 했을 줄이야.

 

잊지 못할 은인이시다.

 

처음만난 내게 10여만원이 넘는 표준렌즈를 빌려주는 쿨함을 보이신 형님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함께 묵었던 거문고를 달고 스쿠터를 타고 다니던

 

지걸 할아버지(본인의 말에 따르면 땅지자에 빌어먹을 걸자를 쓰신다고 한다)와 함께 유유히 내달리셨다.

 

원래 일행이었던 형에게도 전화를 해보니 이호테우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새벽부터 출발한 웅이형은 내가 수원형님과 만난 구엄리 돌염전에 있다고 했다.

 

한참 벌어져있는 코스를 계속 기다릴 순 없고 일단은 다른 사람들보단 여유있게 출발하기로 했다.

 

그때 사장님께서는 어차피 마라도행 배는 10시부터 있으니 차라리 해안도로를 타고 나가 송안산에서 배를 타라고 권유해 주시며 활인권을 주셨다.

 

대정게스트하우스 명함에 도장이 찍혀있었다. 15,000여원의 배표가 11,000원으로 줄어드는 할인권을 들고서

 

사장님께 인사하고 게스트하우스의 손님들 중 가장 늦게 출발했다. 

슬슬 상태가 이상한 나와 풀먹는 말

 

모슬포항에서 송악산으로 가는 길은 약 5km 구간으로 오르막이 길고 내리막이 짧은 구간이다.

 

양옆으로 초원이 있어 말들을 묶어 방목하며

 

올레길의 어느 코스이기도 했다.

 

* 후에 난 이 구간만 3번 반복하게 된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면 여유있게 40분 정도 걸려 도착한 송악산.

 

그 앞은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의 촬영장이 불난지 팬션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도 최근 엄마와 함께 좀 보던 드라마라 안에 들어가 구경하고 싶었지만 들어가지 못하게 되있어 아쉬었다. 

 

그래서 아쉽지만 간판 앞에서만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그때 또 다시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송악산에서 출항하는 마라도 유람선은 11시 배만 운행하며 오늘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탈 수 없다는 직원의 말에 다른 관광객들의 낯빛이 어두워있었다.

 

포기할 수 없었다.

 

마라도 자장면... 그 옛날 무한도전의 복불복 특집 때부터 간절히 원했던 그 맛.

 

대정 게스트하우스에 전화를 걸어본 난 상황을 설명하고 모슬포항의 정기여객선도 혹시 같은 상황인지 알아봐달라했다.

 

추천해줬던 코스가 그렇다는 소식에 사장님도 당황하시곤 얼른 알아봐주신다며 전화를 끊었다가 3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전화를 주셨다.

 

정기여객선은 평소대로 운영을 한다고했다.

 

그때 시각이 9시 30여분, 10시배 탈수 있을 것 같다는 사장님 말씀에 한참을 왔던 5km를 되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밟은 것 같다. 짧지 않은 길이다.

 

20분만에 저 고물 자전거로 독파했다.

 

자장면에 대한 나의 열정이었다.

 

도착하자마자 표를 끊고 자전거를 메고 짐을 챙기고 배에 올랐다.

 

그 순간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굉장히 정신이 없었다.

 

10시에 출항하는 배에 대합실에 도착한 시각이 9시 57분이었다는 것 밖에...

 

마라도행 정기여객선은 모슬포항의 인근해가 원래 그런건지 그날 새벽의 비가왔던 날씨 탓인지 파도가 무척 심해 여러사람들이 멀미를 하며 구토를 했다.

 

평소 멀미를 하지 않는 나역시 빈속에 정신없이 올라타 조금 속울림을 느꼈다.    

 

마라도, 도착!

90여명이 살고 있으며 30명이 토박이고 60명이 이주민이라 한다.

바람이 많이 불고 허허벌판과 등대와 자장면이 유명한 섬.

 

마라도에 도착하면 수많은 카트쟁이들이 자신들의 카트를 타고 관광하라며 관광객들을 부른다.

렌트비 2만원에서 3만원하는 카트들 틈을 비집고 올라가면 자장면 집 카드들이 즐비한다.

사장님들은 "자장면 시키신 분"을 외치며 호객을 하고 5천원짜리 자장면 한그릇을 먹으면

카트에 실어 한바퀴 관광을 시켜주고 다시 배를 타는 곳까지 모셔다 드리겠다며 사람들을 이끈다.

나도 그틈에 끼어 한 차에 올랐다.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 학생수 3명 선생님수 2명

 

사장님은 나말고 노부부를 태우고 자신의 가게로 갔다. 마라도의 자장면 집은 총 6개 그들 각각 맛이 다르다고 한다.

난 그중에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 앞에 자리한 다른 자장면집보다 조금 깊숙한 곳에 있는 자장면 집으로 갔다.

 

드디어 해물자장면과의 만남.

 

내가... 널 만나려고... 처음 제주도를 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바로 이녀석이었다.

톳과 새우 오징어 오이로 장식한 마라도 자장면은 정말 맛있었다.

사람들이 별 맛 아니라던 자장면은 공복이었던 내겐 그저 환상이었다.  

 

단무지 역시 최고!

 

원래 선웅이 형과 함께 먹으려 했는데... 이런 생각에 뒤쳐져있는 일행인 형에게 힘(?)이라도 주고자 핸드폰을 들었다.

 

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 마라도 라며 문자를 보내 주었다.

 

* 단, 톳의 씹히는 맛이 씹는맛을 주지만 특유의 맛때문인지 먹고나서 입안이 조금 꺼끌꺼끌한 느낌이 나는 뒷맛을 빼면

 

내가 먹어 본 자장면 중 단연 최고였다.

 

관광객 김씨

다시 모슬포항으로 가는 배에 가기전에 사장님은 카트로 돌면서 이곳저곳 설명해주시며 이런저런 별 사진을 다 찍어주셨다.

5천원에 자장면과 마라도 한바퀴면 괜찮은 지출이라 생각한다.

 

사장님과 한컷 찍고 싶었으나 자신은 사진을 찍지 않는다며 단호히 거절당했다.

 

 

마라도를 나와 다시 송악산 방향으로 머리를 돌리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 (아마 말들도 저넘은 왜 자꾸 왔다갔다 하나 했을거다)

 

도착한 곳은 용머리미 해안의 빨간 등대였다.

 

 

 * 실은, 후에 웅이형과 집으로 오는 오하마나를 타고 가는데 같은 방에서 첫날 만났던 사장님부부를 만났다.

그때 부부는 열심히 모슬포항으로 되돌아가는 날 보았다고 했다.

 

 배불리 먹고 용머리미 해안 앞의 형제 해안로의 빨간 등대에 시선이 뺏긴 난 그곳에서 바다 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쉬었다.

 

가까이 있던 한 아저씨에게 사진을 부탁했는데 안타깝게도 등대가 모두 나오진 않았다.

 

그때쯤이 한 12시30분이 넘어섰을 때였다.

 

핸드폰을 켜자 바로 웅이형에게 전화가 왔다. 중문해수욕장까지 1시간이 남았다했다.

 

내가 너무 여유를 부린건지 형이 무슨 마술을 부린건지 엄청나게 쫓아왔다.

 

나도 용머리미 해안에서 중문까지는 1시간이 더 걸리는 거리였다.

서둘러 차비를 하고 나서자 전날 그렇게 찾던 산방산게스트하우스가 그때서야 보였다.

그리고 "인생은 아름다워"의 할머니 김용림이 자주 찾는 절도 그곳에 있었다. 

 

정말 가파른 구간이었다.

 

왠만한 오르막에선 자전거를 끌지 않았던 나도 여기선 자전거를 끌고 올라섰다.

아무리 급해도 너무나 힘든 구간이었기에 사진을 꼭 찍어야겠다 마음먹었다.

 

한 아주머니께서 찍어주셨는데 얼굴부터 축쳐진 어깨까지 벌써 피곤함이 보인다.

 

생각해보니 코스는 별로 가지 않았는데도 오전부터 마라도에 가느라고 진을 다 뺀것 같았다.

 

그렇게 힘든 오르막을 오르자 확실히 나오는건 시원한 내리막길들...

 

여기서부터 중문관광단지 전까지의 코스는 정말 환상의 내리막길이다.

 

중문 도착,

 

중문해수욕장은 중문관광단지 안에 있다.

 

관광단지는 정말 많은 숙박업소와 횟집 관광장소가 있다.

 

테디베어박물관부터 퍼시픽랜드까지...

 

외국인들의 관광 필수코스인지 굉장히 많은 관광버스와 여러나라의 많은 외국인들이 즐비한 해수욕장에서 형과 드디어 조우했다.

 

협재부터 내륙으로 질러왔다는 형은 피곤과 피로에 찌들어 있음이 한눈에 보였다.

 

어떤 경로로 왔든 형은 대단했다.

 

새벽 3시부터 출발해 그 구간을 반나절만에 쫓아왔으니....

 

처음 우리가 세운 계획대로 결국 22일, 수요일에 만난 것이다.

난 조금이나마 말렸던 반바지를 다시 갈아입고 형과 그간의 여행 경로를 얘기하며 쉬다가 중문관광단지를 좀 둘러보며 나왔다.

 

그곳의 퍼시픽 랜드에 잠시 들러 물범과 팽귄을 구경했다.

 

어쩌다보니 눈을 감았을 때 찍었는데 저 물범 녀석이 아주 귀엽다.

 

특히 눈이 매력인데 감고 있으니 꼭 웃는 것 같아 그것도 귀엽다.  

 

 

범섬

형과 달리기 시작해 처음 들른 곳이 바로 호두절벽 이른바 범섬이었다.

 

형도 많이 지쳤고 나도 많이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우린 호랑이가 웅크린 자세라는 섬이 보이는 해녀들의 쉼터에서 잠시 쉬어갔다.

 

그닥 호랑이가 보이지는 않았다.

 

형의 선택은 빨간색 아팔란치아 1.2 나의 1.0보다 확실히 승차감이 좋은 자전거였다...

 

해녀들의 쉼터 안쪽에 자리한 부표들

 

 

 

그렇게 우린 서귀포시의 월드컵경기장안에 있는 허브찜질방에서 숙박을 하기로 결정.

 

제주도의 월드컵경기장의 안쪽의 한쪽은 롯데시네마가 있었고 한쪽은 워터월드, 찜질방이 자리하고 있다.

 

참 재미난 곳이다.

 

 

월드컵 경기장을 들어선 시간은 5시도 채 되지않은 이른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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