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해안도로 220km 하이킹 대장정의 마지막 날인 4일째의 아침 24일이 밝았다.
성산항 바로 옆에 위치한 시드 게스트 하우스의 바람은 날씨도 날씨지만 바람이 꽤나 쌀쌀했다.
새벽에 같은 방을 쓰시는 어떤 분이 문을 열어 놓고 주무시는 바람에 꽤 추웠다.
6시 30분에 기상하여 남들보다 조금 이르게 씻었다.
잃어버린 지갑을 찾기 위해서...
7시에 있는 무료 아침상 전에 후딱 가서 한바퀴를 돌아보았지만... 지갑은 보이지 않았다.
하도 두리번 다니면서 다녀서 이제 성산항 근처 길은 거의 외웠다시피...
여기 교차로에서 부터 성산고등학교 앞 시드 게스트 하우스까지는 1~2km정도 되는 거리인데
좀처럼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지갑을 쓴 곳이라 전날 밤 사장님께 내 연락처를 남기고 왔지만 한번 더 여쭤 보러 가보았으나 소득은 없었다.
결국, 건너편의 성산 파출소에 신고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여전히 숙소에 돌아오니 시드가 반겨주었다.
어린 녀석이 벌써부터 남녀차별을 하는 놈이다.
이가 가려운지 날 미친듯이 물어댔지만 아직 젖니인 녀석의 이빨은 전혀 위협적이지 못했다.
만약 몇년 뒤에 다시 찾으면 이녀석이 뭉치만큼 커서 반겨줄까?
시드의 아침상을 마지막 찬밥까지 혼자 두그릇이나 해치웠다. 무말랑이가 정말 맛있었다.
사장님께 감사히 잘먹었단 인사를 거듭하고 출발.
남은 세화 - 김녕 - 함덕 - 조천 - 제주시
코스는 바다가 정말 이쁘고 해안도로가 정말 좋은 코스라고 사람들이 입을 모아 얘기한다.
그 말로만 듣던 애머랄드 빛 바다와 백사장
마지막 코스는 여유있게 즐기기로 했다.
얼마 가지 않았을 때 배처럼 생긴 전망대 앞에 소 두마리가 묶여 있었다.
제주도에서 본 한우.... 처음이었다.
계속 말만 보다가 소를 보고나니 이상하게 반가웠다.
해적왕이 되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전망대를 넘어가자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나왔는데 파도가 도로 위를 넘어와 시원하게 우릴 적셔준다.
짠물이 얼굴과 다리를 시원하게 적셔주고 코스를 넘자
서서히 고개를 드러내는 애머랄드 빛
여기서 우린 나의 주민증 임시 발급을 위해 세화를 가기전 구좌읍 사무소를 들리기로 하는데
어렵게 찾아간 읍사무소에서는 민증 임시 발급은 사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임시로 발급받고 체크카드라도 다시 발급받으려했는데
그냥 웅이형에게 신세지기로 결정... 그때 내 전재산은 1450원이었다.
세화를 넘어 갈때 쯤 다시 해안 도로로 빠져나왔다.
세화는 일주도로를 달려서 해수욕장을 가진 못했고
시원한 바람과 바다 앞 몇개의 풍차들을 지나고 나자
김녕을 가기전에 월정리에 있는 작은 해변에서
잠시 발을 담그고 조금 쉬었다.
그곳은 시드의 매니져 형님이 추천해준 곳이었는데 해변이어도 사람들도 없고 한적하면서 바다가 이쁘고 백사장이라 운치있는 곳이었다.
바다 빛과 백사장이 정말 잘 어울리던 곳
내 발은 안씻은 발 처럼 꼬질꼬질하게 신발 선대로 타있었다.
해적왕이 될거라며 바다에 뛰어드는 시늉을 하다가 갑자기 불어난 파도에 허겁지겁 돌아오기에 바빴다.
다행히 여행 내내 날씨가 참 좋았다.
운치있던 작은 해변에서 조금 쉬었다가 농협에서 물을 얻어
김녕 해수욕장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서쪽에서는 볼 수 없던 바다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제주의 북동쪽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대중적인 해수욕장들이 즐비했다.
이미 말을 한번 담갔으니 김녕에서는 밥만먹고 길을 나섰다.
그리고 도착한 곳이 제주에서 가장 대중적인 함덕 해수욕장
바다가 정말 이쁘고 나름의 초원과 바위와 제주의 바람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외국인들이 참 많은 진정한 관광장소였다.
그러고보니 하도 달리면서 바다 사진을 많이 찍다보니 이곳 사진을 찍지 않은 모양이다.
북동쪽코스는 바다와 백사장이 즐비한 해안도로다.
때문에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진 않지만 바다 빛과 백사장 만큼은 정말 훌룡하다.
함덕의 어느 횟집에서 물을 얻었다.
* 여행 중에 물은 참 귀한 존재다.
물을 파는 상점에선 얻을 수 없지만 조금만 고개를 숙이면 식당이나 가정집에서도 쉽게 물을 구할 수 있다.
난 내가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넉살을 잘 부릴줄 몰랐다.
여행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계기도 만들어준다.
그렇게 조천의 마지막 난코스들인 고개들을 넘고 넘어 도착...
제주 대학교 교육대학을 왔을 때 오후 3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을 거다.
교육 대학과 부속 초등학교가 함께 있는 이곳에 관심을 보인 웅이형이 들어가 이곳저곳을 둘러볼때 난 학교 등나무 아래에서 20여분 잠을 잤다.
그리고 4시가 좀 안되어 출발하여 제주시를 1시간여 달려 최근 머리가 없어졌다는 용두암을 넘어
드 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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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3박4일의 고되지만 즐거웠던 제주도 해안도로 220km 하이킹의 일정이 모두 끝이 났다.
사장님은 고생 많았다며 완주증을 끊어주시고 25일 저녁 배로 가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거의 24시간이란 말에
제주시내를 둘러보라며 시청과 탑동을 추천해 주셨다.
우린 용두암 해수랜드에서 숙박을 하기로 하고 그곳에 짐을 풀고 제주시청으로 향했다.
결국, 한방향으로만 열심히 달리고 보니 어떻게 한바퀴를 돌게 되었다.
고단한 여행일정에 나 혼자만의 싸움이었다면 정말 많이 외로웠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첫날부터 동행이 생겼고 그분에게 많은 도움과 친절한 제주시민들의 배려로 허벅지는 터질것 같아도 마음은 참 따뜻하고 좋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처음 출발과 마라도에서의 혼자서 한 여정은 또 그 나름의 매력이 넘치는 혼자만의 시간들이었다.
여행은 예기치 못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대비하고 또 대비하지만 언제나 그런 예기치 못한 경로나 사건들은 일어나기 마련인 것 같다.
때론 계획되지 않은 일에 웃고 때론 운다.
그런 계획되지 않고 예기치 못한 일들이 있어 즐거운 것이고 여행이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본의 아니게 수원형님이나 웅이형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했지만 내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준 제주도였다.
제주도의 바람이 벌써 그리워진다.
눈만큼 좋은 렌즈가 없으면 머리와 가슴만큼 좋은 사진기가 없다더니
표현력의 한계로 정말 사진과 글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내안에 남은 제주의 풍경들이 아직 머리 속에서 생생하다.
페달을 밟을때 조금도 생각나지 않더니 도착하고 보니
이제 곧 현실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조금 마음이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왠지 자신감이 생기고 목표가 생기면 결국 해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처음 오하마나호의 화장실에 붙어있는 문구들을 떠올리며 제주시청으로 향했다.
비록,
mp3가 망가지고 렌즈가 망가지고 내 전재산이 1450원이 남았어도....
그덕분인지 여행을 통해서 새로운 나의 모습도 발견하고
잃은 것보다 느끼고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참 많았다.
그냥 관광이 아니라 이렇게 사서 고생하는 여행이 내 적성에 참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도착하니 정말 시원하면서 한편으론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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