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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보관소

제주도 여행 -epilogue 오하마나호 - 인천 - 서울 (2010.9.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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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부터 줄을 선 덕분에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었다.

첫날 호하마나를 탔던 경험이 나를 능숙하게 해주었다.

이미 오하마나호의 모든 것을 경험하고 느꼈기에 패스 패스

 

* 아, 오하마나호는 엽서를 공짜로 보낼 수 있다.  

첫날 탔을 때 몇개의 엽서를 썼는데 보내는 곳은 전부 우리집 주소, 내가 아는 주소는 우리집 밖에 없었다.

 

 

C-7 54명 정원 첫날 탔던 C-8호의 바로 맞은 편이었다.

이곳에서 하이킹 첫날 만났던 회를 사주시겠다던 사장님 부부와 또 만나게 됐다.

처음엔 못알아봤는데 사모님이 먼저 날 알아봐주시고 송악산에서 돌아가는 날 보았다고 해주셨다.

이후 사장님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고 우리 옆에 혼자서 올레길을 돌고 온 한 여자 선생님의 배려로 우린 맥주와 안주를 얻어먹었다.

또 고향에 다녀 가신다는 아저씨와 렌트를 해 여행을 다녀오신 중년의 부부가 우리 주위에 자리를 잡아 그간의 여행 경로들과 제주도 얘기를 서로 해가며 밤을 맞았다.

 

 

 

 

 

불꽃축제가 끝나고 다들 모포를 하나씩 잡았을 때에 난 멀어지는 제주도를 바라보며 갑판 위에서 혼자 바람을 맞았다.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주다가 문득 핸드폰을 켜보니 몇개의 문자가 와있었는데 

엄마의 문자는 내게는 희소식이었지만 가족들에겐 엄청난 걱정거리였던 모양이다.

지갑을 잃어버린 사실을 일부러 안알렸는데

성산항의 어느 식당 주인 아주머니께서 길을 가다가 내 지갑을 주워 파출소에 맡긴 것이다.

 

성산 파출소는 내가 남긴 전화 번호를 인계하지 않았는지 내 전화 번호를 몰라 아파트 관리소에 전화했고 경비원이 엄마의 핸드폰으로 연결을 해주어

엄만 때아닌 제주경찰서에서 내이름을 듣고는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한다.

걱정 시킬까봐 일부러 말안하고 내 연락처를 남겼음에도 그렇게 연결이 되더라...

어쨋든 성산 파출소에 연락한 난  현금 5천원과 지갑안의 카드들 모두 있는 것을 확인하고

현재 서울로 가고 있으니 착불로 보내주십사하며 감사하단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렇게 기분좋게 숙소로 돌아가다 옆 갑판 구석에서 어떤 외국인 두명과 함께 얘기를 나누는 형을 발견하고 희소식을 전하려는데

형이 날 손짓하며 "친구친구" 하자 잘생긴 코쟁이 하나가 "오! 친~구"하면서 날 와락 끌어안았다.

나도 웃으면서 상황을 보니 셋다 한껏 취해서는 선상에서의 광란의 밤을 즐기고 있었다.

안산에서 영어강사를 한다는 제임스와 라이언 그리고 한참 얘기를 하다 또다른 미국인 무리와 합류해 인사했고

그들은 수원과 오산 강서구 등등 경기도와 서울 인근에서 모두 영어 강사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26살이었다.      

소주를 나발로 불며 광란의 밤을 즐기는 영어 강사들... 상당히 시끄럽지만 매너가 좋았고 나름 유쾌한 사람들이다. 

 

내가 5천원이 든 지갑을 잃어버렸다 찾았단 얘기를 전하자 모두 진심으로 기뻐해주며 5천원이라는 금액에 깔깔대며 웃기도 했다.

앨비스를 사랑하고 데이비드 베컴을 닮았다는 영국인 제임스와 그런 제임스를 질투하는 미국인 라이언과 수원에서 중학교 영어를 가르치는 애슐리와 오산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매너좋은 놀른 등등 정말 많은 외국인들이 함께 배에 탔었고 그들도 술에 취하니 똑같았다.

 난 12시가 넘어 방에 사람이 많아 로비 프론트 앞에서 자는 놀른 무리와 함께 얘기하다 방으로 돌아가 잤는데

형은 제임스와 라이언의 방으로 가서 거기 있는 열댓명의 외국인들과 게임을 가르치면서 4시까지 술을 마시며 놀다가 들어왔다 한다.

 

26일 아침 6 : 30 에 일어난 난 갑판으로 나갔다.

 

 

서해라 그런지 일출을 볼수는 없었고 날씨도 안좋아 해조차 보이지 않았다.

 

배안으로 들어와 20일날 읽었던 책을 서점에서 잠깐 다시 보다가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그 앞에 앉아있는 놀른과 애슐리와 가볍게 아침인사를 했다.

 

고맙게도 그들은 내 이름을 기억해 주었다.

 

그래서 나도 그들의 이름을 지금도 기억하나 보다.

 

로비 밑으로 내려가보니

 

그때 여자 유소년 축구가 일본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있어 사람들이 로비에 모여 축구를 보고 있었다.

 

 시작부터 한국의 선점에 사람들이 기뻐하는 소리를 뒤로하고 방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잠에서 깬 사람들은 축구 삼매경이었다.

나도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곤 방으로 돌아와 축구를 봤다.

여자 축구인데 결승전이자 일본전이라 그런지 박빙이었고 정말 접전에 접전

사장님 부부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줄을 지어 하선을 기다릴 때

누군가 깨끗하게 남기고 나간 교촌치킨과 콜라를 마시며 

웅이형과 난 승부차기까지 하는 것까지 보고 가장 늦게 하선했다. 

총 5박 6일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며 제주도여행의 마침표를 대한미국 우승의 승전보 소식과 함께 찍었다.

 

 용산행 급행 열차를 타고 가는 길...

 

웅이형은 숙취에 못잔 잠을 잤고 난 이상하게 기운이 났다.

 

여행에 마무리는 굉장히 피곤하고 힘들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았다.

 

정신이 맑고 그 어느때보다 힘이 났다.

 

마치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처럼...

 

하지만, 

 

굵어진 허벅지와 새까만 팔을 보자 여행이 끝났음이 실감났다.

 

참 즐거운 한 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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