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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날, 모든 순간

100일만에 보내는 호주에서의 편지...(201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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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시죠, 일요일에도 일하러가는 "워커" SJ입니다.

 
어떻게 맞추려고 한건 아닌데 100일만에 새 메일을 쓰게 되네요!

오늘은 일찌감치 나와서 집 근처에 있는 쇼핑몰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핸드폰으로 그간 여기서 알바지원했던 메일들을 정리하다가 보니 메일을 저 뒤 페이지에서 발견하고 이렇게 메일을 씁니다.
 
여기와서 일주일 지나 힘들게 메일 한통을 보낸 기억이 나는데 이젠 이른 아침 핸드폰 와이파이로 쇼핑몰 쇼파에 눕다시피 앉아 메일을 보낼 정도로 이곳 생활에 적응을 했습니다.

지난번에 학원 마치고 막 구직할 때 통화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한지도 한달이 되어 돈도 어느정도 모이고 있습니다.

그간 전 일하면서 한국영화제 봉사활동도 하고 정신없이 2주를 보내기도 했고 저번주엔도 JY와도 저녁에 잠깐 짬을 내 만나 함께 저녁을 먹기도 했어요, 정말 반가웠는데 어제 봤던 사람마냥 수다떨다가 또 내일 볼 사람들처럼 인사하고 헤어졌습니다, 요즘 JY 폰이 말을 잘 안들어 카톡으로 연락 주고 받기가 힘들더라구요, 시드니에 아는 동생 집에서 잠깐 머물다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했는데 어떻게 잘 갔는지 모르겠네요.

전 결국 한인이 운영하는 세차장에서 보통 하루에 차 20대씩을 닦으며 보내고 있어요, 오지잡이라는 것이 참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메일 지원은 물론이요, 이력서만 70여장은 돌려가며 브리즈번 시티 이곳 저곳을 누볐는데 돌아오는 연락은 한인잡 뿐이고 인터뷰 기회조차 오지 않아 낙담을 많이 했습니다.

그나마 이곳에서 에스프레소 커피머신 세미 바리스타 과장을 이수해서 한인이 운영하는 머핀집에서 20시간 하프페이 트레이닝이라는 얼토당토 않는 조건에도 아랑곳 않고 열심히 임했는데 일주일에 하루 시프트도 주지 않는 대접에 그냥 몸은 좀 힘들어도 수입이 안정적인 세차장에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첫주는 꽤 힘들더니 한달동안 모두 배우고 요령을 익히니 지금은 그렇게 힘이 들진 않네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사장님이나 모든 워커들이 영어가 짧아 한달도 안돼 주문도 받고 잘 작응해가고 있어요 ㅋ 그래도 운이 좋아 사장님도 좋은 분이구요. 정말 호주엔 나쁜 한국인들이 많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어요.직간접적으로 보고 듣는 일들이 참 많네요.

2주 전부터는 화요일마다 쉬는데 그날은 하릴없는 호주 할아버지가 하는 영어 튜터를 한시간씩 받으며 영어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공부라기 보다는 한시간 $15드리고 할아버지가 사주는 커피한잔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수준인데 한인이 사는 집에 한인이 하는 잡을 하고 있으니 이렇게라도 영어를 접하지 않으면 도통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 여기가 한국인지 호주인지 헷갈릴때도 있어요. (그래도 동네에서 길가다 마주치는 사람들과도 자연스레 눈인사하고 "모닝"이라고 말할때마다 혹은 밤에 날아다니는 박쥐나 초록색으로 눈을 밝힌 포섬이 쫓아 올때나, 아침마다 지저귀는 새들, 까마귀들이 여기가 호주라는 걸 상기시켜주곤 합니다.)

 



얼른 목표한 돈을 모아 여행을 한번 다녀와야 할것 같아요, 일을 하니깐 시간은 참 빨리 가는 것 같네요. 보내주신 글 처럼 목표를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 중입니다.

버스가 와서 이만 줄일게요, 역시나 메일을 쓰기 시작하니 또 주절주절 엄청 길어졌습니다, 다음 100일뒤엔 소설 한편을 보낼지 모르겠네요.


남은 주말 하루 잘 보내시구요, 다가오는 추석도 무탈없이 잘 보내시길 바라요.

이만.

2013년 9월 8일, 카린데일 쇼핑몰 카우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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