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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보관소

[경주가는 길] 너무 빠른 KTX보단 조금 느린 새마을 호... 좋은 생각과 자전거 그리고 게스트 하우스 (201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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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증조할머니의 제사를 지내고 25일 아침 일찍 일어났다.

마침 함께 동행할 사람이 없어 병원을 가지 못했다는 할머니 말씀에 할머니를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출발하기로 했다.

할머니와 함께 병원에 가 침을 모두 맞으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집으로 모셔와 길을 떠났다.

대전역까지는 지하철로 이동하기로 했다.

 

 분명 할머니 댁에서 지하철 월평역까지는 얼마 안걸린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걸어 도착했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들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5월의 날씨는 그렇게 걷기에 굉장히 좋은 날씨였다. 

 

 

그렇게 월평역에서 대전역으로 가기를 30여분정도 10개의 정거장을 거쳐 도착했다.

신경주역과 경주역...

앞에 "신"자가 붙은 신경주역은 왠지 낯설었다.

매번 경주역을 경유했던 터라 신경주역이 아닌 경주역까지의 여정을 선택했다.

잘 모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빠른 교통수단 보다는 느린 교통수단을 좋아하는 터라(제주도도 배를 타고 갔다) 선택한 경로였다.

 하지만 여행을 즐기는 포인트가 "이동"이 아닌 "목적지"에 있다면 편하게 케이티엑스를 타고 신경주역으로 한번에 가는 것편이 날 것이라 본다.

경주역을 목적지로 정하면 경주역은 케이티엑스 운행이 안돼기 때문에 대전역에서 케이티엑스를 타고 동대구역으로 또 동대구역에서 새마을 호로 환승하여 경주역으로 가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다.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대전역에 있는 틈새라면의 빨계면과 콜라 한잔으로 점심 한끼를 해결했다.

누구나 다 아는 맛인 만큼 그냥 침만 삼키자.

 

 

 열차가 오는 시간을 맞춰서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제 곧 3~4시간 동안의 기차여행을 앞두고 있어 읽을 거리가 필요했다.

나는 역내의 서점에서 좋은 생각을 선택했다.

 

 

좋은 생각에 대한 포스팅은 나중에라도 꼭 하고 싶다.

매달 일반인들의 글을 묶어서 월간지 식으로 좋은 글, 좋은 이야기, 사연들...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는데 킬링타임용 뿐만 아니라 작은 포켓 북 안에 들어 있는 사연 하나하나가 어느 좋은 작품 하나 보는 것보다 더 나을 때도 있을 만큼 우리가 사는 이야기들을 볼 수 있어서 좋다.

공항이나 기차역 등 서점에서 여행을 하는 도중 스마트폰을 바라보기 보다는 이렇게 포켓북 하나를 손에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KTX 머리가 가 들어오는 순간, 왠지 모르게 멋있었다.

새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자리 역시 좁았지만 편했다.

많은 사람들이 앞만을 보고 조용하고 편하게 이동했다.

몸은 편했지만 빠른 열차 안에서 숨 죽이며 책을 읽으며 가는 길이 그리 신이 나지는 않았다. 

 

 동대구역 도착, 이 곳에서 다시 새마을 호로 갈아타야했다.

정말 대전에서 동대구역은 엄청 짧은 시간에 도착한 것 같다.

KTX는 정말 빠르다.

 

 새마을호의 머리가 들어오는 순간, 확실히 낡은 기차의 머리를 보며 KTX 와는 또 다른 친숙한 느낌과 멋스럼이 느껴졌다.

익숙한 커튼과 불편한 자리 그리고 사람들의 소란스런 (특히 아이들의) 소리가 이상하게 듣기 싫지가 않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너무 빠른 것보다는 조금 늦은 아날로그적 감성들이 항상 목마른 거 같다.

사람들이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다녔으면 좋겠다.

두개의 열차를 번갈아 타면서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조금은 느릿느릿 여유롭게 도착한 경주역...

 

 

역에 도착할 때마다 찍었는데 별로 인증샷의 느낌은 없는 외눈박이 사진 같다

 

경주역에도 사랑의 자물쇠가 있다

 

 경주역은 옛날 역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몇년을 왔다 갔다 했음에도 증조할머니가 계시는 동안엔 차로만 다니던 경주를 정말 오랜만에 이렇게 기차를 타고 온거였다. 어렸을 때 봐왔던 기차역이 내 기억 속 그대로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새마을호에서 아날로그가 참 좋다는 느낌 그대로 계획한대로 자전거를 렌탈했다.

처음엔 버스를 타고 다니려고 했지만 버스보다는 시간이 자유로운 자전거를 선택했다.

다행히 도착한 시간은 아직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역 앞의 인포센터에서 경주 지도를 얻고 이번 여행의 가장 선행 되어야 할 증조 할머니 성묘를 위해 방향을 물었다.

차로만 다니는 길로 온전히 나 혼자 자전거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동 전에는 역시 짐을 풀고 숙소를 정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처음에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나오는 경주 게스트하우스를 찾았지만 자리가 꽉 차 묵을 수가 없었다.

이를 미안하게 생각한 젊은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맞은 편의 바람곳 게스트하우스를 추천해 주셨다.

 


큰지도보기

경주게스트하우스 바람곳 / 홈스테이,게스트하우스

주소
경북 경주시 황오동 287번지
전화
054-771-2589
설명
게스트하우스

 

바람곳 게스트하우스....

제주도에서도 게스트 하우스는 많이 이용했었지만

전혀 뒤지지 않은 젊은 감각과 여행 센스들이 묻어나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잠자리도 편했고, 여느 게스트 하우스의 사장님들도 그렇지만 참 여행과 술을 좋아하는 분들이 운영하는 것 같았다. 뒤에서 계속 포스팅하겠지만, 내 또래의 젊은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밤에 술자리를 초대해 주었지만 술을 그리 좋아하지 않고 성묘 겸 여행을 목표로한 여행이기에 사람들과의 술자리는 피했다.

덕분에 호스트 없이 게스트가 게스트하우스를 지키며 잠이 드는 밤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게스트 하우스에서 방을 배정받고 좋아하는 이층침대로 올라 짐을 모두 캐비넷에 넣은 뒤 간편한 차림으로

경주 내태리로 향했다.

바로 증조할머니의 집이 있는 곳이자 묘가 있는 동네다.

1년만에 찾아가는 할머니...

할머니의 차가운 손을 잡고 보내드렸던 그날을 떠올리며 다시 자전거 페달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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