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출국 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외할머니도 뵙고 인사를 드리고 현충원에서 외할아버지와 할아버지께 안전을 기원드리는 의미로 18일에 어머니와 오랜만에 대전을 방문했다.
차로 가는 길은 전혀 막히지도 않았고 2시간만에 커피 한잔의 여유를 보내고 대전까지 주파했다.
늦은 저녁에 외할머니댁으로 가니 이미 식사를 하신 할머니를 모시고 원래 가려고했던 풍전 삼계탕(대전 유명 맛집)을 갈 수가 없어 눈이 많이 안보이시는 할머니 손을 잡고 가까운 중리동 중앙시장에서 가볍게 국밥을 먹고 집에 와 뉴스를 보고 잠이 들었다.
운전을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일찍 잠이 들어 19일 오늘 아침은 일찍 눈을 떴다.
아침부터 부산한 소리에 일어났지만 크게 피로하지는 않았다.
비가 많이 오는 오전 중에 현충원을 방문하는 것이 꺼려졌지만 일찍부터 서둘러야 할 것 같아 외할머니를 모시고 어머니와 함께 현충원을 찾았다.
입구에 있는 매점에서 각자 마음에 드는 꽃을 사 가까운 순으로 외할아버지, 작은 아버지,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렸다.
외할아버지는 어머니, 외할머니와 함께 찾아 금방 찾았지만
아버지없이 처음으로 찾는 현충원인지라 할아버지와 작은 아버지의 번호도 정확히 알고 가지 않아 비가 오는 날에 많이 헤맸다.
번호만 알면 쉽게 찾는 것임에도 오랜만에 방문이기도 하고 혼자 처음으로 찾는 길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매번 방문때마다 묘는 늘어가고 현충원 주위는 달라지니 어디가 어딘지 통 찾기도 힘들었다.
이런 저런 고생 끝에 세분의 묘를 찾아 인사를 드렸다.
이렇게 한번 고생하고 나니 확실히 세분의 번호가 머리 속에 들어왔다.
호주를 다녀와 또 찾을 때도 잊지 않도록 해야겠다.
그렇게 작은어머니께 전화해 번호를 물어가며 작은 아버지 묘도 찾았는데 대전에 온김에 함께 점심을 먹자는 작은 어머니의 응대에 마침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던차에 작은 어머니께서 일하는 대전 시청이 있는 지역으로 갔다.
작은 어머니께서 사주시는 맛있는 만두 전골을 먹고 호주를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와 함께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혼자 서울로 올라가기로 해 차를 타고 대전역으로 가 표를 끊었다.
대전역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연휴의 마지막 날인지라 놀러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표를 끊기 위해 길게 늘어선 선들 오른편 끝에서 내 눈에 띄었던 성심당.
매표를 위한 줄도 줄이지만 이곳의 늘어선 줄은 가히 대전역의 대표적인 맛거리로 자리잡아 보였다.
작년에 경주를 가기위해 방문했을 때는 없었는데 그사이에 생긴 듯했다.
정말 사람들이 많았다.
예전부터 성심당을 좋아하는 어머니께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대전역에 생긴 것은 처음 안 일이었다.
표를 끊고 나와 차로 돌아가 이 사실을 전하니 어머니는 시내로 가 중앙로에 있는 본점으로 가자고 하셨다.
그러한 동기로 일요일 북적북적한 대전의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은 성심당 본점을 찾았다.
서울의 명동거리를 방불케하는 인파로 북적거리는 중앙로역 인근에서 어렵게 차를 주차하고 어머니의 안내로 성심당 본점을 왔다.
한번 정말 와볼만한 대전의 명소였다.
고소한 빵냄새와 함께 가짓수가 많은 빵들이 늘어서있고 그 사이사이로 사람들이 줄을 지어 빵을 가져갔다.
직원들은 많은 빵을 채우기에 바빴고 또 채우기가 무섭게 사라지는 빵들이 하나 둘 빈자리를 비웠다.
연휴의 마지막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정말 사람들이 많았다.
1956년부터 작은 가게로 시작한 성심당은 어느새 대전에 사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거대한 빵집규모를 자랑했지만 오직 대전에서만 그 맛과 향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베이커리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었다.
대표적인 메뉴로는 튀김소보로가 있었다.
먼저 대전역에서 본 긴 줄 역시 바로 튀긴 튀김소보로를 사기 위해 늘어선 줄이었는데
본점에서도 역시 사람들의 줄은 줄을 줄을 몰랐다.
그 위로는 테라스키친이라는 셀러드바가 운영되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빵을 산 후에 위에서 식사를 하고 혹은 사람들과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빙수를 먹고 있었다.
우리도 대표적인 메뉴들(사람들이 많이 고르는)을 고르고 할머니가 드실 쌀전병 과 함께 찹쌀떡을 포장하여
위로 올랐다.
눈이 불편하신 외할머니도 오랜만에 나들이에 굉장히 좋아하시는 것 같아 함께 빙수를 먹고 담소를 나누다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에 나는 버스를 타고 서울가는 KTX 입석표를 들고 대전역으로 향했다.
출발시간이 여유가 있어 포장한 빵과는 별도로 따뜻한 튀김소보로를 먹어 보고 싶어 겸사겸사로 길게 늘어선 줄 뒤에 섰다.
20여분을 기다려 개당 1,500원하는 튀김소보로빵 두개와 드립커피를 사들고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간단한 요기를 했다.
별미였다.
튀겨진 소보로는 정말 바삭바삭했고 안으로는 부드러운 단팥과 함께 씹히는 맛이 별미였다.
낮에 만두 전골을 많이 먹어 배가 불렀지만 커피와 함께 하는 맛이 포만감도 있었고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 여운을 길게 남기는 맛이었다.
27년간 거의 매년을 왔던 대전이었지만 이렇게 시내 나들이를 해보는 건 참 오랜만이었다.
그래서인지 말로만 듣던 성심당의 빵이 이토록 새롭기도 했다.
작년 경주할머니 성묘와 함께 다녀온 여행기를 늦게나마 포스팅하는 중에 이렇게 대전을 방문하고 보니
이처럼,
현충원을 그렇게 다녔지만 혼자서 찾으려고 하니 정말 막막했던 것 처럼 조금만 더 아버지와 함께하는 길을 관심을 가지고 다닌다면,
명절의 숨막히는 고속도로의 북새통과 시간에 쫓기는 할머니댁 방문이 아니라 이렇듯 나의 아버지, 어머니의 고향을 다른 방향으로 방문한다면
시골 고향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도 개인적으로 참 좋은 여행여정이란 생각이 든다.
여행은 새로운 곳 뿐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는 시골집 방문도 또 다른 의미의 여행이 될 수 있음을 새삼스러운 마음으로 포스팅 하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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